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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India_2008

꼴까따, Kolkata ④ Happy

갈매나무 2008.03.18 18:24


47번 방에서 이틀밤을 보내고, E언니가 떠나면서 빈침대가 생겨 도미토리로 옮겼다.
밤에 잠을 자는 때말고는 싱글룸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일이 거의 없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방은
좀 우울했다. 게다가 그 방을 본 언니들이 '여기에도 방이 있는줄 몰랐다'라고 말했을만큼 1층의
구석진 곳에 있었다. 또 언니들이 혼자 여행할 때는 싱글룸보다 도미토리가 더 좋다고 권해주기도 했다.

내가 들어간 방은 침대가 7개 있었는데,
나를 포함한 한국인 여자 넷, 일본인 남자 셋이 머물고 있었다.
3일간 그 방에 머무는 동안, 나는 한국인 여자들보다도 일본인 남자들과 더 가까워졌다.
그 사람들이 좀 다들 독특하고 재밌어서 이기도 했고...
한국인 여자 둘은, 처음 인사하고 몇마디 나눌 땐 괜찮았는데 그 이후로는 줄곧 나를 좀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나도 같이 쌩까주었다.-_-;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여행와서 잠시 스치는
인연인데 그런걸 따지고 드는 것도 웃기는 일이니 그럴 수 밖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113 뉴마켓 앞 _nikon coolpix p4




 히지까따

자그마한 키에 큰 눈, 약간 미소년 이미지를 풍기는, 손재주가 좋은 오빠. (무지 귀엽다ㅎㅎ 가와이~ )
도미토리 들어가기 전엔 인사만 했지만, 도미토리 들어간 후로는 쭉, 이야기를 가장 많이 나눈 사람.
(같이 사진 한 장 안찍은게 후회스럽다;;)

인도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특이했다. 2년전인가부터 중국의 쿤밍에서 악세서리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단다. 직접 디자인도 하고, 직접 만들고. 여러가지 반지나 목걸이 등의 디자인을 직접 그려놓은
노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파인애플도 이쁘게 깎아주고 ^^;

암튼, 3개월 전에 인도에 들어와, 라자스탄 지방에서 돌을 잔뜩 샀다고 한다.
그게 인도에 온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돌사러..-_-;; 가공해서 악세서리를 만들 돌.
구입한 돌은 이미 쿤밍으로 보냈고 그 이후로 여행중.
그런데 꼴까따에서는 전혀 돌아다니지 않고 매일 파라곤에 있었다. 히지까따가 밖에 나가는 걸
본 건 밥먹으러 가거나, 과일 사거나 인터넷 하러 갈 때? 그 외에는 도미토리에서... 영어 공부를 했다.
ㅋㅋㅋ 처음엔 농담인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 정말,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미토리 침대에 앉아서, 혹은 방 앞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말한 단어 중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히지까따는 두꺼운 영어사전을 펼치곤했다. hesitate, predict 등. (내가 이런걸 기억하고 있다니 놀랍다!)

결론은, 인도에 와서 돌을 샀고 꼴까따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그.
인도를 여행하는 이유가 단지 '여행' 뿐만이 아니라 다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헤어지던 날,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내 노트에 몇자 적어주었는데,(일어한자로)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첫번째 문장은 여행 잘 하라는 뜻이고 그 다음 문장은....
너 strange girl이라는...ㅋㅋㅋ 잊혀지지 않을듯.

아마 지금은, 아쌈 지방으로 가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거나 쿤밍으로 돌아갔겠지.


 세이지

세이지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한달여간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내가 괜히 한 손을 번쩍 들고 '세이지!!'하고 부르면
눈을 똥그랗게 뜨면서 한 손을 번쩍 들어올려, 나의 싱거운 장난을 잘 받아주곤 했다.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별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는데도 왠지 친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지않은가. 세이지도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좀 더 머물렀다면 많이 친해졌을텐데. 같이 밥도 한끼 못먹고 떠나와서 아쉽다.


 쥰
 - 난, 주로 쮼! 이라고 불렀지만.

그 전에 분명히 돌아다니는 모습을 봤었는데, 내가 도미토리로 옮기던 날 아침에 잠을 자고 있어서
인사를 못했다. 그런데 낮에도 자고 있고, 저녁에도 ... 쥰은 계속 잠을 자고 있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에서야 인사를 나눴다.
잠을 너무 많이 자는게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세상에.
꼴까따로 오기 전, 바라나시의 강가(Ganga)에 뛰어들어 수영을 한 이후로 시름시름 앓았단다.-_-;;
(물론 예방접종 따위 안한 상태에서 뛰어들었다는.)
시도는 했었는데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있어서 쥰이 스스로 이런저런 증상을 파악하고 책을 찾아보며
잠정적으로 진단을 내린게... 간염.  피부와 눈이 노랗고, 대변 색깔도 이상하고.ㅎㅎ 강가의 더러운
물을 먹어서 간염에 걸린것 같단다.
쥰- 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쪽 전공을 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꼴까따를 떠나던 날 점심 때 쥰, 코스케, 히지까따 등 몇몇과 무슬림 거리의 허름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안에 닭이 돌아다니는, 위생상태가 그리 믿을만하지 않은 식당이었는데
(커리는 꽤 맛있었다 ㅎ) 항상 생수병을 갖고 다니던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식당에서 컵에 따라주는 물을 그냥 마셨다. 물론 쥰도...-_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난 참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쮼!! 너, 나처럼 물 사셔마셔야돼, 더러운 강가 물 먹고 니가 간염걸렸는데 이런데서 주는 물
그냥 막 먹어서야 되겠냐! 니 눈 아직도 노랗다? -_-;

그 날 저녁, 떠나기 전에 쮼과 인사를 하면서 내가 말한 첫마디는... 쮼, 물샀어?
(오랫동안 인도여행한 쮼. 간단한 한국말 정도는 어지간히 알아들었다ㅋㅋ)
생수병을 들고 내 눈앞에 들이댔다. 방콕에 일본어를 하는 의사가 있는데
8일 후에나(-_-) 방콕으로 간다고 하길래, 가능하면 빨리 가서 의사를 만나보라고, 니 눈이 아직도 노란데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니까 8일후는 너무 늦다고 이야기해줬는데...
그 때 쥰 표정이 정말 진지해지면서, 나에게 정말 고맙다고 했다.
비록 잠깐 스치는 인연이었지만, 그 순간 그 친구를 걱정하던 내 마음이 진심이었고,
그 진심이 전해졌는지, 쥰이 진심으로 내게 고마워한다는게 느껴져서 참 좋았다.

악수를 하는데 ... 그때도 쥰의 눈은 노오란 색이었다ㅠㅠ
쥰은 방콕으로 일찍 가서 의사를 만났을까? 그냥 지나가는 A형 간염이었길.
3월에 한국여행한다고 했었는데...


 코스케

도미토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누군가의 감미로운 기타 연주가 때맞춰 배경음악으로 깔렸는데,
코스케였다. 기타를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호텔의 다른 그 누가 들어도-
기타실력이 장난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81년생인데, 기타친지 16년이나 됐다고 했다  ;;  (코스케는 코타로의 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코스케와는 어느날밤엔가 도미토리앞 테이블에서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야기를 했었다.
인도여행 이야기를 했을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냥 한국에서 친구들과 만날 때 나누는 듯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별의별 이야기들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턱수염에 눌러쓴 모자, 그리고 팔다리의 문신.ㅎㅎ 다소 거칠어보였던ㅋ 첫인상과는 달리-
코스케는 은근 부끄럼도 타고;; 섬세했다. 사소한 걸 잘 챙겨주기도 했고.
하긴, 코스케의 기타 연주를 들어보면, 섬세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부드럽고 감미롭게 표현해내긴 힘들겠지.

며칠전, 코스케로부터 말레이시아를 여행중이라는 메일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어딘가, 게스트하우스 로비에서, 담배를 꼬나물고 앉아 기타를 치고 있을 코스케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요일 저녁, 뉴마켓 앞에서 있었던 일 _ Happy !


옆방에 묵고 있던 유지라는 아이가, 콩주머니에 줄을 단 것처럼 생긴 걸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리며
도미토리 앞을 왔다갔다 했다. 일요일 저녁에 뉴마켓 앞에서 벌일 퍼포먼스를 대비해 연습중이란다.
그때는 불붙여서! 볼쑈라니!

생각만해도 멋졌다. 리셉션 앞에 있는 파티션에, 일본어와, 서툰 영어, 두가지 버젼으로 쓴
퍼포먼스에 대한 글이 붙어 있었다. 우와- 멋진 사람들! 상상만으로도 멋졌다.
여행지에서의 거리 퍼포먼스라니 말이다.

6시 즈음 설렁설렁 sudder st에서 가까이 있는 뉴마켓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몇몇 모여들어있었다.
그 옆에 뭔가 보여주려는듯 기다리고 있던 건 유지 뿐만이 아니라 파라곤에 묵고 있는 몇몇 일본 여행자들
이었다. 코스케, 쥰, 세이지 등....(이 땐 사실 도미토리로 옮기기 전이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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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지를 비롯한 두 명이 뭔가를 시작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더니만...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오오오--- 아아---
동물의 울음소리같기도 하고 아카펠라를 하는 것 같기도 한, 당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였다. ㅋ
(알고보니 몽고의 전통적인 뭐시기라고 하던데, 힘이 들긴 해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서, 파라곤에 묵고 있던 여행자 중 몽고에서 그걸 배운 친구가 세이지한테 가르쳐줬다고 했다)
암튼 그 둘은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고 있고, 옆에 있던 쥰이 어느새 잠베(북)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정체모를 소리와 잠베 리듬에 맞춰 유지가 콩주머니(?)에 불을 붙이더니 현란한 동작으로 불쑈를 시작했다. 우와-  놀라웠다. 도미토리 앞에서 설렁설렁 돌리던 모습과는 달리... 기대 이상이었다.

이어 코스케가 기타 연주를 했고,
또다른 어떤 머리긴 청년이 기타를 치고, 하모니카를 불면서, 노래를 불렀다.
일본노래라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얼마나 멋져보였는지, 아니 그보다, 얼마나 행복해보였던지.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러자 그가 친구들에게 뒤로 돌아 뭐라뭐라 말하는데...물론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분명,
'happy'라는 단어가 귀에 쏙 들어왔다. 여행와서, 낯선 거리의 어디선가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또 낯선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박수를 보내준다..... 그래서 행복했겠지.

그 순간, 그들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고,
부러웠다.

내가 상상만 하던 것을 그 친구들은 직접 행동으로 옮겼다.
예전에, 여행지의 어느 거리에서 설장구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그맣게 쏙 접을 수 있는 장구가 생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내 친구의 말대로,
정말 그런 장구가 있다면, 그걸 인도에 가져와서 뉴마켓 앞에서 그 친구들과 공연을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일이다ㅎㅎ)


부피가 비교적 작은 다른 악기를 배워야할까? ㅎㅎ 역시...
몇년째 배워야지, 생각만 하고 있는 대금?ㅋ
사실 생각만 한 건 아니고, 지난 겨울엔 국악원에 전화해서 강습료까지 알아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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