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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에 도착한 첫날,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참동안 눈물을 줄줄 흘리고, 그래서 콧물도 나오고
그래서 휴지를 꺼내 눈물콧물 닦아 내고... 또 눈물이 나와서 엉엉 -
그렇게 울면서 '내가 왜 울고있지?'라고 나 자신에게 반문해보았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눈물이 나왔고, 두루마리 휴지를 술술 풀어
연신 눈물을 닦아내야했다.

첫 기차에서 내린 이후 시달림과 피로감도 한가지 이유였겠지만,
아무래도 릭샤 아저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장 컸던것 같다.
비록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에 나를 데려다주긴했지만
(사실, 그 숙소가 '가짜'라고 말할순 없다. 이름은 정말 비쉬누 게스트하우스였으니까 ^^;
다만 가이드북에 나온 그 유명한 숙소가 아니었을 뿐.)

진심으로 미안해했던 아저씨 마음이 느껴졌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그리도 아저씨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건넨채로 까칠하게 굴었던가,
이 멀리 인도 땅에 와서 내가 피곤하고 짜증스럽다는 이유로,
내 배낭을 짊어져주고 나에게 따뜻한 포옹을 해주었던 아저씨에게 잘못한 것은 아닐까,
아직 내가 많이 어리구나,
여행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구나.

아 짜증나, 내가 왜 여기 왔지? 빨리 집에 가고 싶네... 이런 이유로 울었던 게 아니란것은 확실하다.
그렇게 허름한 싱글룸에서 혼자 울고 있던 그 시간에도,
내가 그리도 오고 싶어했던 인도를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명확히 알고 있었고
이런 어린애같은 울음과, 그 시간과, 공기의 울림조차도 그 여행의 일부로 녹아들 것 같았다.


울음을 그친 나는, 바로 침낭을 펴고 누워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는
도저히 그 방에서 하루를 보낼수 없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섰다.
전혀 길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가 이미 오후 4시.
두세시간만 지나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할텐데
그 전까지 새로 머물 숙소를 구하고, 또 다시 가짜 비쉬누로 돌아와 짐을 챙겨서 체크아웃을 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지나 가트 쪽으로 나오니 갠지스강.
무리지은 까만 소들도 보이고,
강가를 거니는 사람들,
연날리며 노는 아이들. :-)
그 조급한 와중에도
내가 여행중이라는 것,
이런 낯선 풍경을 마주함이 문득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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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08, Varanasi, India _ Pentax me-super, Fuji Reala 100



다행히도, 나는 '진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북쪽으로 걸어올라가다가 ...
혼자서 가트에 앉아있던 고마운 친구 한 명을 만나게 됐다.
알고보니 나와 동갑이었던 L양.
(물론 내가 먼저 '저기요-'하고 말을 건넸다 ㅎㅎ)

아직 위치개념이 전혀 없는데다가 가짜 비쉬누게스트하우스에 묵게되었다는 나의 하소연에,
'진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도미토리에 빈 침대가 있는지 확인하고,
또 다시 '가짜 비쉬누 게스트하우스'로 찾아가 짐을 싸서 체크아웃하고,(선불로 낸 100루피는 날렸다)
진짜 비쉬누에 체크인할 때까지 나와 동행해주었다.

아으- 정말 고마웠다.
어떠한 경우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을 것처럼 차분한 인상의 L양과,
함께여행중인 그의 친구 S양을 만나, 메구카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그 날 하루, 피곤하긴 했지만,
비교적 깔끔한 메구카페에서, 또 새로 만난 느낌좋은 두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
편안했고 좋았다. 그리고 다행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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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008. 두 사람이 하리드와르로 떠나기 전 날 저녁 ^^ 헤어지기 전에 밥 한 번 다시 먹기로 했는데, 결국 만나지 못하게 되나 싶더니, 가트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 (여행기간 중 최초로 한국음식시도! 무지 비쌌지만 그래도 맛은 감동적이었다ㅠㅠ- 라가카페) Nikon Coolpix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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