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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고민하는 의사

[제임스 웰시] 인권을 고민하는 의사 [2008.10.24 제732호]
[사람이야기]

» 제임스 웰시(59) 국제앰네스티 건강과 인권팀 팀장.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이제 의사들이 ‘치료’를 넘어 ‘인권’을 고민해야 한다.”

10월16일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웰시(59) 국제앰네스티 건강과 인권팀 팀장이 말했다. 웰시는 ‘건강과 인권’을 주제로 15~19일 열린 제59회 세계의사협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25년째 국제앰네스티에서 건강권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 건강권(right to health)은 ‘누구나 가능한 한 최고로 건강할 권리’를 말한다. 건강권 실현을 위해 각국 정부는 시민의 건강 계획을 세우고 누구나 의료 서비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건강권 실현을 위해 전세계 30개 국가 5천 명의 의사들로 구성된 ‘의사네트워크’를 관리하고, 국제앰네스티 보고서에서 각국의 의료·건강 분야를 감수한다. 마땅한 치료센터가 없어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들이 있는 남아프리카 지역에 치료센터를 마련하는 일, 수감자의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감옥을 찾아내 개선을 권고하는 일 등이 주요 임무다.

웰시는 “의사들은 전문적인 기술이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환자 및 시민의 인권 보호에 책임이 있으며, 조금만 눈뜨면 할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사형제가 존치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2년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의사협회는 ‘사형 집행 과정에 의사가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캘리포니아주 법률은 ‘사형 집행은 마취 전문가가 주사를 통해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의사들이 ‘사형 집행’을 거부함에 따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2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못했다.

세계의사협회가 1999년 만든 이스탄불 프로토콜은 ‘고문 피해’를 입증하고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보상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고문의 증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확보하는지를 정한 매뉴얼은 결국 고문 피해자를 줄이는 데도 기여했다. 수감자의 최저 보호 기준 또한 세계의사협회가 만들어 보급했다. 이를 기준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최저 보호 기준에 못 미치는 감옥들을 걸러내고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한다.

웰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주제로 ‘단식 투쟁자들을 대하는 의사의 자세’를 꼽는다. 누군가가 단식 투쟁을 할 때 음식을 강요하며 생명 연장에만 관심을 둘 게 아니라 △그가 단식하는 이유를 존중하고 △건강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원할 경우 적절한 진료를 하는 것이 ‘인권’을 배려하는 의사의 자세라는 말이다.

“불평하기보다 촛불을 켜라.” 의사들이 현재에 안주하거나 현재를 불평하지만 말고 그들이 가진 능력으로 인권 시장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웰시는 이렇게 표현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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